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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유정은 한의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신경언어병리학을 전공했습니다.  학부 졸업 후 동 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마쳤으며 현재는 브라질에 체류 중입니다. 마또 그로수 연방대학병원의 열대의학연구소에서 열대 감염성 질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알게 된 브라질의 공공의료체계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단,  글의 모든 내용은 마또 그로수 주 기준임을 밝혀둡니다.  <편집자말>
      
    ▲ 응급센터 전경 우리나라로 치면 권역응급센터 정도 되겠습니다.
    ⓒ 신유정
    응급센터

    이곳은 브라질의 내륙, 마또 그로수(Mato Grosso)라는 주의 주도 꾸이아바(Cuiaba)라는 곳입니다. 이 주의 땅 넓이만 우리나라의 8~9배 정도 되는 넓은 곳입니다만, 인구는 300만명 정도입니다(2009년 기준). 이 글은 전적으로 마또 그로수 주 기준임을 먼저 밝힙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의료보험체계가 없는 대신 브라질은 'O Sistema Único de Saúde(이하 SUS)'라고 해서 각 대학병원, 보건소, 보건지소, 국립응급센터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공공의료보건체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우리나라와 달리 각 대학병원이 운영하는 응급실은 없고, 응급환자 진료를 주로 하는 정부지원의 응급센터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가난한 사람들이 돈이 없어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로 1988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의사의 진료, 투약, 입원, 수술, 진단검사, 혈액은행, 모유은행 등 전반적 의료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1954년 카스트로 혁명 이후의 쿠바 의료제도를 모델로 해서 현재의 SUS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 응급센터내부 신생아 중환자실입니다.
    ⓒ 신유정
    중환자실

    SUS의 장점은 누구든 접수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외국인인 제 경우에도, 필요하다면 접수해서 처방전을 받고, 투약, 검사(MRI, 초음파, 조직 검사 등 시행되는 모든 검사 가능) 및 수술, 입원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무료' 수술은 생명을 좌우하는 심장수술부터 크게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하지 정맥류까지 모든 종류가 해당됩니다. 단, 단점은 있습니다.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아픈 사람은 많고, 의사는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응급상황에서는 환자가 누구건 간에 필요한 모든 처치가 즉각 시행되며, 비용은 국가가 부담합니다. 연고자가 없는 환자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술비용, 중환자실 비용 때문에 필요한 처치를 받지 못해 죽는 일은 없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1. [40대 보호자 없는 남자 환자] 감전사고로다리 절단

     

      
    ▲ 응급센터 내 시체안치실 이곳은 시체안치실입니다. 따로 시설이 되어있지 않고, 외부와 문 하나로 분리된 채 대리석 침대 5개만 있습니다. 연고자를 찾기 위해 각 사체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24시간, 이 시간이 지나면 바로 무연고자 시체 안치소로 이송됩니다.
    ⓒ 신유정
    시체안치실

    이 환자는 이곳에서 3~4시간 가량 거리에 위치한 다른 도시의 공항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던 중 10미터 높이에서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감전 사고를 당했습니다. 응급센터 도착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CT 촬영을 한 결과 양쪽 폐에 흉(흉강 내 출혈)이, 오른쪽 폐에는 기흉(흉막강 안에 공기가 찬 것)이 있었습니다. 양쪽 다리 역시 조직이 괴사된 상태라, 급하게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었구요. 보호자가 없이 환자 혼자 이송된 처지였지만, 이 응급센터에서는 보호자 동의절차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환자는 바로 양쪽 가슴에 튜브를 꽂고 중앙수술실로 옮겨졌으며, 괴사된 다리를 잘라내기 위해 정형외과전문의와 혈관전문외과의사가 호출되었습니다.

     

    절단과 봉합 후에 옮겨진 중환자실에서, 몇 차례 발생한 심장정지와 심폐 소생술을 거듭했지만 안타깝게도 환자는 닷새 후 사망했습니다. 연고자가 없었던 환자는 결국 무연고자 시체 안치실로 이송되었습니다.

     

    #2. [12세 남자 어린이] 교통사고로 인한 3도 화상

     

    이곳 응급센터 내에는 화상환자집중치료실(Centro Tratamento de Queimado, 이하 CTQ)이있습니다. 병상 수는 8개. 300만 마또 그로수 주 전체에 단 하나 있는 화상센터입니다. 이 센터는 5명의 성형외과전문의가 돌아가며 진료를 합니다.

     

    이 12세 남자 아이는 교통사고로 인해 두 다리가 모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아이의 복부에서 피부를 떼어내 본인의 다리에 붙이는 자가피부이식 수술을 총 3차례 시행했으며, 약 한 달간 이 화상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후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비용 상의 문제로 복부에서 피부를 떼어낼 때 사용하는 비싼 수술용 기구를 사용하지는 못하고, 면도칼을 메스 대신 고정시켜 활용하기는 했지만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곳 마또 그로수에는 없지만, 다른 주에는 피부은행도 SUS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3. [5개월 아기] 장폐색으로 인한 패혈증

     

    아이 엄마는16살, 무직입니다. 아기가 4개월 가량 되었을 때 대장의 한쪽 끝을 배의 앞측 벽에 연결시켜 항문 대용으로 배설을 할 수 있게 채널을 만드는 결장조루술(Colostomy)을 받았습니다. 아이의 전반적인 상태가 좋지 않고, 열이 심해지자 응급센터에 방문했는데, 장폐색으로 인한 패혈증 진단을 받고 소아외과 전문의 2명이 호출됐습니다.

     

    복부를 열자, 소장의 70퍼센트 정도가 다시 복구가 불가능한 정도로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고, 앞측 배에 만들어 놓은 대장과 연결되는 채널을 제거하고는 소장은 그대로 다시 배 안에 집어넣은 채 봉합을 했습니다. 이미 너무 조직이 손상되어, 이후 이틀 동안 아기의 상태를 지켜보고 내시경 검사를 해 본 후 손상된 소장을 잘라내는 재수술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 응급센터 내 예배실 병원 안에는 이렇게 환자와 보호들이 기도를 하는 작은 기도실이 있습니다.
    ⓒ 신유정
    응급센터

    다행히 이틀 동안 아기는 잘 살아주었습니다. 재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소장의 대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의사들도, 중환자실의 소아과 의사도 이 아기가 수술 후 살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2주 후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를 떼어도 될 만큼 건강해졌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은 환자가 응급하다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응급수술이었습니다. 이런 수술의 경우 환자는 지체없이 치료를 받고, 필요하다면 회복 혹은 사망하는 시점까지 중환자실, 일반 입원실 처치도 비용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중환자실의 경우, 10~12명 정원의 한 방에 하루 2명의 전문의와 1명의 간호사, 3명의 간호조무사, 1명의 물리치료사가 상주합니다. 여기다 시간제로 일하는 심리치료사 1명 및 각 중환자실 별로 운영되는 작은 약국(이 방에도 약을 전담하는 조무사가 24시간 상주합니다)까지 있으니, 저비용으로 대충 때우자고 만들어놓은 시설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수술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까지도 지체되고 검사와 수술을 기다리다가 죽는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대략 상황은 아래의 예와 같습니다.

     

    #1. [60대 할머니] 기계판막 이식

     

    환자는 60대. 약 십 년 전쯤 원래 있던 심장 판막의 이상으로 인해 돼지 조직을 이용한 판막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식된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새로 기계 판막으로 바꾸는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두 명의 흉부외과 전문의와 한 명의 레지던트가 총 4시간에 걸쳐 수술을 했습니다. 다소 고령의 환자인데다, 심장이 주변의조직과 유착된 정도가 심해서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SUS의 경우 필요한 모든 수술이 무료이기는 하지만, 이런 난이도가 높은 수술의 경우 시설이 갖추어진 사립병원에 국가가 의뢰를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기존의 판막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은 지 약 2년 만에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심장전문 사립병원에 수술을 대기해 놓은 환자만 600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민간의료보험을 가입한 환자들은 이렇게 줄을 서서 대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2. [20세 남자] 골수염 진단

     

    환자는 20세. 왼쪽 대퇴골에 만성 골수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환자는 민간의료보험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 대학병원과 응급센터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골수염의 경우 염증을 일으킨 박테리아가 몸의 다른 부분을 감염시켜, 패혈증 등을 야기 시킬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필요한 치료를 적절하게 받아야 하는 중한 병일 뿐 아니라, 만성인 경우 항생제로 잘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벌써 발병한 지 5개월이 넘었습니다. 수술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수술 담당 정형외과 의사가 교통사고로 손이 부러지는 바람에 기약 없이 수술이 늦춰지게 됐습니다. 다른 의사는 없는지 물어보자, 환자 담당 감염내과 전문의는 "응급센터에는 수술해 주는 의사가 많지만, 응급이 아닌 경우 이 도시 전체에 정부의뢰를 받아 수술을 해주는 정형외과 의사는 단 1명뿐이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이 환자는 의사의 부러진 손목이 빨리 붙기를 기도하거나, 그 동안 저절로 낫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환자에게 처방되는 항생제는 다른 항생제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지원해주는 품목에 해당되지 않아, 한 달에 약값으로만 35만 원 정도 지출하고 있습니다(이곳의 최저임금이 우리 돈으로 35만 원 정도이니 가난한 집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 수술실 내부 응급센터 내 수술실입니다.
    ⓒ www.olhadireto.com
    수술실

    실제로 대부분의 브라질 사람들은 응급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진료 시 처치와 검사가 하염없이 지연되는 점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제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거죠.

     

    그러나 인종, 국적, 사회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생명이 위독한 경우, 필요한 거의 모든 조치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은 SUS의 큰 매력입니다. 더군다나 외래 환자들을 위해 저가로 약을 공급하기 위한 공공약국, 입원 및 외래 환자의 보호자들을 위한 숙소, 교통수단까지 각 시 단위로 지원이 되어 무료로 공급되고 있습니다(이 부분은 다음에 더 자세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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