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최대 기업인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연관된 정치권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시사주간지 베자(Veja)에 따르면 페트로브라스의 전직 임원인 파울루 호베르투 코스타는 최근 연방경찰에서 정치권 주요 인사들에게 뇌물이 제공됐다고 진술했다.
2004∼2012년 페트로브라스의 임원을 지낸 코스타는 장비업체들에 납품 계약을 체결해주고 사례비를 받은 혐의로 3개월 전부터 연방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코스타는 사례비 가운데 일부를 정치권 인사들에게 뇌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타가 뇌물을 주었다고 밝힌 인사에는 연방상원의장과 연방하원의장을 비롯한 연방 의원들과 현직 에너지장관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집권 노동자당(PT) 소속 연방의원과 당 고위 관계자도 코스타가 폭로한 명단에 올랐다.
브라질민주운동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정부(2003∼2010년) 때부터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브라질사회당(PSB)의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지난달 중순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두아르두 캄푸스도 뇌물 제공 대상으로 언급됐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으며, 다른 인사들은 언급을 회피했다.
코스타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10월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대선후보인 아에시우 네비스는 "이번 사건은 제2의 '멘살라웅'(Mensalao)"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브라질 사회당 대선후보인 마리나 시우바는 "캄푸스를 두 번 죽이는 일을 용서할 수 없다"며 당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자당 대선후보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코스타가 제기한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명백하게 규명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사상 최대의 정치권 비리로 일컬어지는 '멘살라웅'은 룰라 전 대통령 정부 때인 2005년 6월 한 정당 대표의 폭로로 드러났다.
노동자당이 의회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을 돈으로 매수했다는 것이 스캔들의 핵심이다. 이 스캔들로 한때 룰라 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된 바 있다.
연방검찰은 2006년 4월 스캔들에 연루된 40명을 기소했고, 연방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007년 8월부터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됐다.
연방대법원은 2012년 8월 초부터 계속된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기소된 37명 가운데 24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3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